2023년 2월 28일 화요일

명재석(정치학전공 박사과정, 베트남센터 연구원)

지난 1월에 사임한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의 후임으로 보 반 트엉 현 사무국 상임서기가 지명되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베트남 국회는 늦어도 2023년 3월 3일 금요일까지는 표결절차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합니다.

트엉은 이른바 4대 기둥에 이어 권력서열상으로 5위에 해당하는 젊은 정치인입니다. 북부 하이즈엉 출신이지만 주로 남부에서 자라 호치민인문사회과학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2000년대 대부분을 호치민시에서 보내며 경력을 쌓았습니다.

트엉 상임서기가 응우옌 푸 쫑 총비서의 믿을 만한 충복(protege)일까요? 애매합니다.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는 증언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트엉의 경력을 살피면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웁니다.

트엉이 호치민시에서 경력을 쌓을 때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 중에서는 2016년 이후 반부패혐의로 징계를 받거나 기소된 자들이 많습니다. 더구나 트엉은 당 이론가도 아니고 공안 인사도 아닙니다. 쫑 총비서가 당 경력 대부분을 당교(party school) 호치민정치학원에서 공산잡지를 편집하며 보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또한 후임 국가주석 하마평이 있었으나 ‘스스로 고사했다’는 또 럼이, 반부패운동의 손발로 암약하는 공안부 계통 인사라는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쫑 총비서가 트엉과 럼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면 럼을 골랐을 것입니다. 어쨌건 이로써 지도부 결원 보충이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는 것입니다. 푹 전 국가주석의 사임은 지난 1월 9일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국과 중앙위원회에서 후임자를 결정할 때 까지 거의 50일 가까이 걸렸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하실 수도 있는데, 이 기간은 ‘단언코 긴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국가주석직을 대행한 보 티 안 쑤언이 ‘정치국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주석직은 국가수반으로서 베트남 대외활동의 얼굴입니다. ‘대외활동의 얼굴’이라고 하니 의례적 의미만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도차이나 전쟁 기간 중 강대국 사이에서 줄다리기 외교를 성공적으로 해낸 호찌민의 직책이 국가주석이었다는 것을 상기해 보시면 됩니다. “국가주석 후임 인선에 50일이 걸렸고 그 동안 정치국원이 아닌 자가 국가주석직을 대행했다”는 것은 “베트남이 사실 상 50일 정도 외교를 놓고 있었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트엉의 인선 뿐 아니라 그 같은 긴 합의시간도 쫑 당 총비서의 권력이 그다지 공고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약한 1인자’ 뒤에는 ‘후계자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쫑 이후에 반부패운동의 유산이 이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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