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센터는 2022년 10월 26일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한베공동 학술대회  “International Institutions in East Asia: Revisited from Korean and Vietnamese Perspectives”를 개최했습니다. 하노이 인문사회대학 정치학과, 본교 사회과학연구원, 본교 정치외교학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행사에서, 베트남센터는 베트남국가대학 하노이인문사회대학 정치학과와 국내 외교안보 및 경제통상 관련 싱크탱크에서 연구진을 초청하여 동아시아 국제제도를 양국의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세력경쟁이 첨예한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견국은 국제제도에서 정치경제적 활로를 모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양국 학자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제제도의 기원, 역할, 발전을 토의하였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대학 정치학과 팜꾸옥타잉 교수는 국제제도의 이론적, 실천적 문제에 관해 다루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국제제도 활용 해법(giai phap)에 관해 한국의 경험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국방연구원 권보람 박사는 샹그릴라 대화가 안보 의제를 조망할 수 있는 포괄적 국제제도로 발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에는 역내 전통적 안보문제와 기후변화, 녹색방어(green defense) 등 비전통 안보의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의제를 두고도 서방 그룹과 중국 그룹 사이의 견해 차이가 선명해지는 등, 다극체제 세력전이 경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권보람 박사는 샹그릴라 대화와 관련해 한국에 두 가지 도전과제가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첫째, 북핵 등 한국 외교안보 의제의 중요성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참여당사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신뢰할 만한 안보협력 파트너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징후가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대학 정치학과 쩐티꽝호아 박사는 샹그릴라 대화가 역내 평화와 번영이라는 베트남 대외적 목표를 개진하는 데 불가결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샹그릴라 대화를 통해 베트남은 추진하는 목표는 다양합니다. 여기에는 해양도서분쟁, 국방외교 증진, 역내 안보협력 아키텍처 구축, 역내 비전통 안보 위협 대응, 참여국 간 전략적 협력(strategic trust) 구축 등이 있습니다. 샹그릴라 대화라는 다자채널이 있었기에 베트남이 이러한 의제들을 평화적으로 개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방연구원의 이수진 박사는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 에서 한국의 전략과 과제를 짚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ADMM+에서 투 트랙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먼저, 협력적 안보 의제(cooperative security issues)에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평화로운 교류를 통한 역내 번영을 추구합니다. 다음으로 공동 안보 의제(common security issues)에서는, 실용적 협력을 통한 공동의 이익 창출을 추구합니다. 특히 한국은 군사의료, 대테러, 평화유지활동 등 의제에서, 분과위원회를 적극 활용하여 상호상승적 효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이수진 박사는 향후 한국이 공동 안보 의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베트남 등 역내 중견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대학 풍치끼엔 박사는 기후변화 문제에서 국제제도를 분석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기후변화 문제에 국제제도의 역할이 불가결합니다. 하지만 국제제도를 통한 국가 간 협력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끼엔 박사는,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성과를 굴뚝산업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기후변화 관련 국제제도에 공동으로 적극 참여함으로써, 인류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은 물론 자국의 이해관계가 개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대학 응웬뀐응아 연구생은 인도 태평양 전략을 세력전이 경쟁 구도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이 자주, 자조, 평화, 우호, 협력의 원칙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트남에게 미국과 중국 두 국가 모두가 중요한 정치경제적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견국으로서 강대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응아 연구생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베트남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한 경우, 베트남은 미국의 압력을 전략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수출입은행 이지혁 박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동남아시아 각 국가의 대응을 분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각 국은 실리적 기조에 따라 다양한 의제 집합(pillars)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여 참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하여 이지혁 박사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베트남이 회복탄력적 공급망 재구성에 초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대학 팜꾸인흐엉은, 세계무역기구의 참여의 이론적 이점과 난점을 짚고, 그 같은 다자기구에 베트남이 자주적으로 적극 참여함으로써 경제를 발전시키고 당과 국가의 위상을 제고했다고 짚었습니다.

경기대학교 장기영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정보 공유 체계를 비대칭적 독점 시장으로 모델링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이 체제에서 미국은 과학기술 역량에 기초하여 오직 자신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전략적 정보를 판매하는 독점 판매자, 한국은 생존에 불가결한 미국의 전략적 정보를 자율성을 주고 구매하는 구매자가 됩니다.  만약 한국이 자율적 외교정책결정을 추구하면 미국은 전략적 정보의 품질을 낮춥니다. 독점 판매자에 대항할 교섭력이 부족한 한국은 다른 정보의 원천을 모색하게 됩니다. 장기영 교수는 전자에 노무현 정부 시기, 후자에 이명박 정부(한일정보공유협정)가 각각 대응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비대칭적 동맹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불안정 가설이 더 타당합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대학 응웬투홍 박사는 메콩-란샹 협력의 기원과 발전을 소개하고 베트남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력을 분석했습니다. 홍 박사에 따르면 메콩-란샹 협력의 긍정적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유역개발, 유역 내 저개발지역 빈곤 감소, 수운 발달 등 측면에서 긍정적 성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정적 효과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중국의 상류지역 댐 건설과 개발에 따른 생태환경적 부정적 결과, 역내 연관국가 간 다자 치안체제 구축 시도에 따른 군사안보적 위협 증대가 그것입니다. 홍 박사는 베트남이 부정적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도록 국제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동아시아 중견국으로서 한국과 베트남이 외교안보, 경제통상 등 영역에서 국제제도를 활용하고 발전하는 데 관하여 종합적으로 토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차년도에 베트남국가대학 하노이인문사회대학에서 후속 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의하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